오자기일기

스며드는것 / 안도현 본문

스며드는것 / 안도현

난자기 2016. 2. 2. 10:24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스며드는 것 / 안도현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자신의 몸둥아리 다 태우며  뜨끈 뜨끈한 아랫목을 만들었던

저 연탄재를 누가 발로 함부로 찰 수 있는가?

 

자신의 목숨을 다 버리고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 있는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길질 할 수 있는가?

 

나는 누구에게  진실로 뜨거운 사람이었던가?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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