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란 / 김춘성

난자기 2020. 3. 21. 18:23

시란, 갑자기
마음이 확 트여야 하며
가슴이 콱 막혀야 하며
불현 창피해
얼굴이 달아올라야 하며
그저 다행이라
가슴 쓸어내려야 하며
염치를 찾아 행복해야 하며
무엇에도 꿇리지 않아야 하며
그냥 편안해야 하며,
때로는 다짐을 굳게도 하며
한 번 데이면, 타는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야 하며
막연하게 쓰고, 막연하게 느끼고, 막연과 막연이 만나
찌릿한 전류를 함께 흐르며

그럼에도 하여간
쉽고, 짧아야 한다
건방지지 않아야 한다

쓸데없이 비비꼬아가며
지들끼리만 돌아다니면
더. 더. 더
안. 된. 다.

ㅡ김춘성, 시란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