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모래 / 김선우

난자기 2020. 3. 27. 19:16




강릉 정동 봄바다
오랜 지병의 어머니와
달마중하러 나왔는데
모래 한 줌 쥐니 솨아아,
봄날은 가고
모래 한 줌 속에 일곱 남매
눈망울이 영글어
"이쁘쟈?"
왕모래 몇 알갱이
손에 건네주신다
안 하던 일을 하면
북망이 멀지 않다는데
틀니 달칵거리며
소녀처럼 "이쁘쟈?"
가슴이 출렁한다
모래는
조약돌을 기억하고 있을까
조약돌은
바위였을 때를 그리워할까
봄바다 아득하게 밤은 깊은데
솨아아,
한 생애를 키질하는 어머니
늑골에서 울던
무엇의 뼈가 닳아져
손바닥 위에 반듯하게 누었나
대관령 고갯마루
속금 터지는 바위 한 채
달을
이고 섰다

ㅡ김선우, 왕모래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