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서쪽 / 장철문

난자기 2020. 4. 6. 20:04

바람 부는
충적토 지석묘 곁에 서면
이렇게 서 있는 것이
오늘만이 아니다

이 구릉에서
돌창을 다듬은 사나이도
잔솔밭으로 날리는
고라니를 쫓다간
차츰 밀려가는 서녘을
바라보곤 했을 것이다

고라타만이 가부좌를 알겠는가

이 구릉까지
돌을 나른 사람도
돌 맡의 사람도 그 무게를
내려놓고 싶었을 것이다

산과 산 사이 빗발 묻어오는
이 시간에도
담쟁이 뒤집어쓴 돌무덤 속에서
영혼을 달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봄풀 오르는 충적토 지석묘
곁에 서면
여기 서 잇는 것이
혼자만이 아니다

ㅡ장철문, 바람의 서쪽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