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양파 / 안미옥

난자기 2020. 4. 9. 13:15





팔을 쭉 뻗기 위해서는
조금 더 연해져야 했다
뭉개지면서,
우리는 자라고 있다

생각을 많이 할수록 우리는 없어져갔다
자전거 바퀴가 똑같은 길을 똑같이 지나갔다

발을 내려놓지 못하게

옆사람이 크게 부른다 메아리, 메아리를
작게 부르면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작게 불렀다

저녁은 매일 바뀌지만
밖에 둘 수 없어서
안쪽 문을 열어두었다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ㅡ안미옥, 내일의 양파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