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무늬 ㅡ
난자기
2020. 5. 20. 13:24
사람과 나무는
결로써 말을 한다
기름진 흙과 햇볕,
적당한 물기와 사랑이
촘촘한 세월과 한 몸을 이뤄
이쪽 저쪽
밀고 당기며 엇갈리며
비로소
곱고 단단한 제 무늬가 된다
아프고 뒤틀리는
절망의 순간도
돌아보면
아름다운 무늬가 되고
옹이 진 상처조차
고운 결이 된다
톱날의 세월이 제 살을 저미며
깊은 상처를 남길 때
사람과 나무는
향기로운 저만의 무늬로
말을 한다
ㅡ이용섭, 무늬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