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의 힘, 서안나 ㅡ

난자기 2020. 10. 28. 12:40

남한산성을 내려오다
곡선으로
휘어진 길을 만난다
차가 커버를 도는 동안
세상이 한 쪽으로 허물어지고
풍경도 중심을 놓아 버린다
나는
나에게서
한참 멀어져 있다
나는 곡선과 격렬하게 싸운다
나를 붙잡으려
내가 쏟아진다
커브 길을 돌아
나에게 되돌아오는
몇 초 동안
나의 슬픈 배후까지
슬쩍 열어젖히는
부드러운
곡선의 힘
ㅡ서안나, 곡선의 힘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