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야간열차에서 만난 사람, 곽효환 ㅡ
난자기
2020. 11. 27. 13:42
여수행 전라선 마지막 열차
자정을 앞둔 밤 열차는 우울하다
듬성듬성 앉은 사람들을 지나
자리를 찾고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올리고
긴 숨을 내뿜고 나면
일정한 간격으로 덜그럭거리며 출렁이는 리듬을 따라
차창 밖으로 불빛이 흘러간다
강을 건너 한참을 달려도
끝없이 이어지는 야경들,
틈새가 없다
문득 창밖으로
어디서 본 듯한
그러나 낯선 얼굴이
물끄러미 나를 보고 있다
나는 그에게
그는 나에게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인가
곧 물을 것만 같은데
정작 말이 없다
흘러간 불빛만큼이나
아득한 지난날들에서
누군가를 찾는데
없다
나도 그도 아무도 없다
문득 대전역에서 뜀박질하며
뜨거운 우동 국물이 먹고 싶다
옛날처럼
ㅡ곽효환,
야간열차에서 만난 사람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