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작

개 밥그릇에 빠지던 날 / 백난작

난자기 2021. 9. 12. 21:38

 


하늘 높은 곳에서
끝닿는 곳으로
추락하는
허공의 심장을 꿰뚫고

지나가는

 

저 소낙비


서릿발같이 우는데
땅 두드려

깊은 잠 깨우는데
지구가 기우뚱하는데

 

나는
도무지 흐릿한 안개
스믈스믈 뱀처럼 산허리 감고
하늘에 닿으려 하네


미친게 틀림없어


"참 부끄럽습니다" 하면서

젖은 우산이나 널어 말리고
말간 거울을 닦고

또 거울을 닦고

 

의미를 쫒다보면 무거워지고
우연한 인생은 덧없겠지

 

비는 내리는데

풀이 젖어 드는데

개 밥그릇에 식은밥 한 덩이

자빠져 있는데

개는 돌아오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