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작

연두 / 백난작

난자기 2022. 4. 22. 20:53

 

 

 

 

노랑과 초록이 엮어낸

눈 먼 에로스

지난 가을의 언약이

빛으로 빚어지는

 

연두는 

봄의 처음 몸짓이다

 

반쯤 죽은 버드나무에
느티나무 텅빈 가지 위에

빛이 번진다

 

한 통의 기쁜 편지를 받고 

몇 날을 설레었던 추억

이 무렵 봄날은

먼곳에서 불쑥 찾아온

아득한 사랑같아서

심장이 뛴다

 

연두, 그리고 초록,

그리고 낙엽..

이 질긴 순환의 사슬

 

봄이면 어김없이

배달되는 편지 한 통 

연두는 

곱게 접어진 편지지를

꼭 안고

초록으로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