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告祀
난자기
2023. 7. 24. 09:22
형님이 돼지우리에 들어갔다
5백 근이 넘는 돼지를 잡겠다고 했다 형님은 저돌의 의미를 아는 장부였다 당숙이 큰일을 한다고 했다
기골이 장대한 형님이 시퍼런 도끼를 들고 돼지를 노려보았다
돼지도 붉게 충혈 된 눈으로 형님을 노려보았다 돼지를 이렇게도 잡나? 싸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순식간에 형님이 돼지 밑에 깔렸다 형님뿐만 아니라 마을사람들이 돼지에게
선처를 호소했다
어른들이 달려들어 씩씩거리는 돼지를 안방으로 모셔갔다 형님은 돼지우리에 누워 슬프게 울었고 돼지는 아랫목에서 웃고 있었다
때때로 고사 상에서 기고만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돼지를 만날 때마다
돼지와 처지가 바뀐 형님이 떠올랐다
ㅡ이창수, 告祀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