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자벌레
난자기
2024. 3. 7. 08:26
자벌레는
한 발자국이 몸의 길이다
한 발자국을 떼기 위해 온몸을
접었다 폈다 한다
자벌레라 불리지만 거리를 재지도
셈을 하지도 않는다
그런 그는 먹이를 지나칠 때도
사랑을 지나칠 때도 많다
그러나 결코 뒤돌아보지 않는다
한 발자국이 몸의 길이인 자벌레는
모자라는 것도 남는 것도
모두 다른 몸의 것이라 생각하며
몸이 삶의 잣대인 자벌레는
생각도 몸으로 하기 때문이다
ㅡ구광렬, 자벌레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