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구두 한 짝
난자기
2025. 6. 5. 12:12
찬 새벽 역전 광장에 홀로 남으니
떠나온 것인지 도착한 것인지
분간이 없다
그렇게 구두 한 짝이 있다
구겨진 구두 한 짝이
저토록 웅크린 사랑은 떠나고 그가 절름발이로
세월을 거슬러 오르지 못,하지, 벗겨진 구두는 홀로
걷지 못한다
그렇게 구두 한 짝이 있다
그렇게 찬 새벽 역전 광장에, 발자국 하나로 얼어붙은
눈물은 보이지 않고 검다
그래, 어려운 게 문제가 아냐,
기구한 삶만 반짝인다
ㅡ김정환, 구두 한 짝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