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숯 / 장석주
난자기
2016. 1. 1. 05:01
숫제 타버린 기억들,
너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양어머니의
골다공증 고관절보다
더 약한
나무의 검은 뼈,
팔꿈치
세 개가 닳도록
건반 없는
피아노를 쳤으니,
너는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달은 차다
숯은 검다
숫기 없는 숯아,
한 줌의 불도
품지 못해 싸늘한 혼아,
오라,
와서 남은
네 찬술을 마저 마시고
한숨도 쉬고 슬픔도 달래렴
ㅡ장석주, 숯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