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의 안쪽 / 이태균

난자기 2016. 2. 28. 12:07

대합실 귀모퉁이에
웅크리고 있는 남자
고비사막
그 언덕 보름달 떠올린 듯
메마른, 이승의 등뼈로
어둠을 뜯고 있다

불어 터진 그림자
눈 뜨는 노숙의 밤
짓무른 기억 한쪽
반대로 돌려 눕혀
길 없는
길 속에 들어
한참동안 가물대고

실뱀같은 골목이
몸속으로 기어들어
움켜진 통증
한 줌 침으로 삼켰는지
마침내,
고요해진 남자
없는 듯
잠이 든다

ㅡ이태균, 허물의 안쪽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