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 / 김준태

난자기 2016. 3. 16. 10:33



나는 뜨끈뜨끈하고도
달착지근한 보리밥이다
남도 끝의 툇마루에
놓인 보리밥이다
금이 가고 이빠진
황토빛 툭사발을
끼니마다 가득 채운
넉넉한 보리밥이다
파리떼 날아와
빨기도 하지만
흙 묻은 입 속으로
들어가는 보리밥이다
누가 부러워 하고
먹으려 하지 않은
노랗디 노오란 꺼끌꺼끌한
보리밥이다
누룽지만도 못하다고
상하로 천대를 받는
푸른 하늘 밑의
서러운 보리밥이 아닌가



개새끼야
에그후라이를 먹는
개새끼야

물결치는 청보리밭 너머
폐허를 가려면
땀나게 맛있게
많이 씹어다오
노을녘 한참 때나
눈치채어 삼키려는
저 엉큼한 놈들의
무변의 혓바닥을
눌러 앉아
하늘보고 땅을 보며
억세게 울고 싶은데

ㅡ김준태, 보리밥ㅡ




보리밥을 먹자

아프지 말고

땀나게 꼭꼭 보리빕을 씹자

행복하자

에그 후라이까지 말고

청보리밭을

가꾸자


- 난자기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