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부좌만 하시게 / 이인원

난자기 2016. 4. 1. 10:29

무슨 화두에
얼마나 골몰했으면
턱을 괴었던 팔이
다 부러졌을까
아니다,
부러진 것은
미륵보살님의
팔이 아니다
삼일도 못 가는
우리들의 작심이다

무슨 마음이
얼마나 자유로웠으면
팔꿈치가 부러져나가도
턱은 무사했을까
아니다,
자유로운 것은
미륵보살님의 턱이 아니다
손바닥보다 보다
좁은 감옥에서 벗어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중동이 툭툭
끊어지는 생각이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미망의 턱을
넘어선 깨달음이
얼마나 빛나는 것인지
천년의 잠에서 깨어나
넌지시
한 말씀 보여 주시네
그대 만약
결가부좌가 힘들면
반가부좌도 좋다고
빙긋 웃으시네

반가부좌만 하시게ㅡ


궁리,
번뇌
무슨 화두일까?

손바닥,
그림자가
궁리하다 .. 작작이생각




내가 너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순간과 
네가 나를 강력하게 거부하는 순간과 

손바닥이 발바닥이 되는 순간과 
발바닥이 손바닥이 되는 순간과 

차가운 심장에 뜨거운 귀를 갖다 대는 순간과 
차가운 웃음 속에 뜨거운 눈물이 갇히는 순간과 


-표면장력-


[시평] 
표면장력이란 액체의 표면이 스스로 수축하여 가능한 한 작은 면적을 취하려는 힘을 말한다. 같은 분자끼리 당겨주는 힘에 의해 ‘가능한 한 작은 면적을 취하려는 힘’, 그러므로 ‘스스로 위축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람의 마음도 표면장력과 같이 위축되는 현상이 없지 않아 있으리라. 마음의 표면장력, 즉 마음이 스스로 위축이 되어 최소한으로 되고자 하는 작용은 언제 일어나는 것일까.
나의 열망이 상대의 냉담함을 만날 때, 우리는 스스로 위축이 될 것이다. 나는 나의 열망이 나를 당겨주지만, 상대는 냉담함으로 나를 당겨주지 못하니, 나 스스로 위축이 되어 동그랗게 마음을 말아 숨어버리고 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웅크려진 우리의 마음. 마음의 표면장력, 우리는 한 생애를 건너가면서, 얼마나 많은 마음의 표면장력, 일으키며 살아가고 있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이인원 시인

 1952년 경북 점촌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숙명여자대학교를 졸업했으며 199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에 '마음에 살을 베이다'(1996),

'사람아 사랑아'(1998)가 있다.



질기고 긴 문장 붕대로 꿈틀대는 그리움을
꽁꽁 殮해 두러 간다
과월호 잡지 신세 같은 쓸쓸함을
훌훌 거풍시키러 간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에도 깨서 보채는 외로움을
고문서보다 깊은 잠재우러 간다
머릿속에 빼곡한 ‘너’라는 낱말을
모조리 삭제하러 간다
고전이 되지 못할 내 비밀을
고전 속에 암호처럼 밑줄 그어두러 간다
끝내 못 다 읽은 어떤 사랑이야기를
아쉽지만 기일 반납하러 간다
온갖 잡다한 사연 다 끌어안고도 의연한 도서관을
눈꼽만큼이라도 닮으러 간다

 

- 도서관에 간다 -


도서관에 왜 가니?

그리움과 쓸쓸함과 외로움을 버리러 가는거지

너를 버리고 나를 밑줄 그으러 가는거지

사랑도 반납하고도 의연한 도서관,

밤새 불을 밝히고도 눈꺼풀 하나 껌쩍하지도 않는 도서관은

다름아닌 나의 성지였다 .. 난자기생각



호두알처럼 동글동글한 여유를 손안에 굴려보는 모처럼의 호사, 문득 반질반질 길든 호두알 속이 궁금해지는 딱 그만큼이 오늘 내 궁금함의 정량 그렇다고 정말 망치를 찾아 깨어본다면 바보 입이 궁금하다고 라면에 밥까지 말아먹지 않듯이 아름다운 소식을 위해서는 그저 앞에 놓인 튀밥이나 집어먹으며 호두알만 계속 굴리면 된다 바싹 바싹 귓전을 간질이는 뻥튀기소리를 즐기면서 호두알 표면이 얼마나 더 반들거리나 잠시 살펴보면 된다 그러다가 보면 세상 궁금해진 어린 싹이 스스로 빼꼼 고개를 내밀듯 어느 날 불쑥 저 문을 밀치고 반가운 얼굴 들이닥칠 것이므로 그때까지, 한 티스푼 정도의 느긋함만 보태면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심도 너하고 나하고의 그리움의 정량도 딱 이만큼이라면 견딜 만하겠다

 - 궁금함의 정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