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석불을보다 / 김종해

난자기 2016. 4. 5. 11:21

괴로워 하지 마라
그대 이 생에서
몸 하나 가졌기 때문에
슬프고 기쁜 일
또한 그대 몫이다
그대
몸 하나를 버리고
이곳을 떠나면
슬프고 기쁜 일
또한 부질 없으리
몸 하나 지니고
이 생을 스쳐간
사람들은 알고 있으리
그대의 몸 바깥에서
해가 뜨고
다시
해가 저문다는 것을
스스로 사랑하고
스스로 위로하라
짧은 날빛
그 안에서
몸 하나 비우려고
바람은 저렇듯
제 모습마저
지우지 않느냐!

ㅡ김종해,
천년석불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