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구두닦는 소년 / 정호승
난자기
2016. 7. 6. 10:37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구두통에
새벽별 가득 따 담고
별을 잃은 사람들에게
하나씩 골고루
나눠 주기 위해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하루 내
길바닥에 홀로 앉아서
사람들 발 아래
짖밟혀 나뒹구는
지난 밤
별동별도
주워서 닦고
하늘
숨은 낮별도 꺼내
닦는다
이 세상 별빛
한 손에 모아
어머니 아침마다
거울을 닦듯
구두 닦는 사람들
목숨 닦는다
목숨위에 내려앉은
먼지 닦는다
저녁별 가득 든
구두통 매고
겨울밤 골목길
걸어서 가면
사람들은 하나씩
별을 안고 돌아가고
발자국에 고이는
발바람 소리 따라
가랑잎같은 손만
굴러서 간다
ㅡ정호승,구두닦는 소년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