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 / 김춘수

난자기 2016. 7. 7. 10:59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ㅡ김춘수, 강우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