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 / 박목월

난자기 2016. 7. 29. 16:25

원경은
눈물겨운
조용한 조망
산은 아름답고
강은 너그럽다

안타까운 길을
얼마나 이처럼
멀리와서
겨우
마음은 갈앉고,
밤은 길고
그리고
물러서서
바라보는 버릇을
배운 것일까

모든 것과
정면으로 맞서서
그러나
한가락 미소를
머금고,

구름과 꽃과
바람의
은은한
속삭임과
궃은 것의
흐느끼는
하소연과
지즐대는 것의
흥겨운 노래를
이제는 다만
다소곳이
들어만 주는 편

산은
아름답다
강은
너그럽고
그리고
나도
원경 속의
한 그루
가죽나무
찬놀 하늘에
높이 솟았다

ㅡ박목월, 원경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