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풀 / 천양희

난자기 2016. 8. 9. 11:35

썩은 흙에서
풀이 돋고
썩은 풀이
반딧불을 키운다
썩은 것이
저렇게 살다니
썩은 풀의 소신공양!
썩고 썩은 풀이여,
마음은
너무 빨리
거름이 되는구나
나는 아직
속 썩은 인간으로
냄새를 풍긴다
풀밭은
또 저만치서
썩은 풀을 피운다

나에게
썩은 것이 있다면
썩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ㅡ천양희, 썩은 풀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