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언제 뜨거워지는가 / 송재학

난자기 2016. 8. 9. 11:50

종일 비가 와서
바깥은
경극의 배경과 어울렸다
찻잎을 물에 띄울 때
고요의 눈썹은
내가 그린 듯 가깝다
먹구름과 싸우면서
제 높이를 슬슬 키웠던
능선 그림자도
한 움큼 불러 끓기나 할까마는
물이 펄펄 끓으면
영혼은 현실과 마주친다
양철주전자가
물의 온도에 접근하면서
마침내 쇠붙이까지
물의 감정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주둥이에서
쇄쇄 김이 올라오고
때마침 뚜껑은 들떠서
십리쯤은 도망갈 기세이다
물도 주전자도 뜨겁다고
뜨거워 못견딘다고
이제
너희가 외쳐라

ㅡ송재학,
물은 언제 뜨거워지는가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