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을 옮겨야겠다 / 김승희

난자기 2016. 11. 29. 10:34

저 산을
옮겨야겠다
저 산을
내가 옮겨야겠다
오늘 저 산을
내가 옮겨야겠다

먼저 산에서 ㄴ을 빼고
ㅏㅏㅏㅏ
목 놓아 바깥으로
아를 풀어 놓으면
산은
마침내 ㅅ만 남게 된다
두 사람
비스듬 몸 맞대고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ㅅ...... ㅅ......ㅅ......ㅅ......
저 산이 움직인다
ㅅ...... ㅅ......ㅅ......ㅅ......
저 산이 걸어간다
ㅅ...... ㅅ......ㅅ......ㅅ......
산을 움직이는 두 사람
ㅅ...... ㅅ......ㅅ......ㅅ......
사랑하는 두 사람이다

ㅡ김승희,
저 산을 옮겨야겠다 ㅡ


산을 옮긴다구요
미쳤나요
실없는 소릴랑 말구
파전이나  부쳐먹어요
팔다리떼면 가능한데요?
닝기리띠빠빠......
저건 또 뭐꼬,
지랄맞은
사랑이라니? - (作酌)



집 앞에는

만 길 높이의 태행산과 황옥산이 버티고 있다

"내가 너를 옮겨야겠다"

아흔살의 할배가 지게를 지고 나선다

지게에 흙을 담고 발해바다로 향한다

흙을 버리고 오는데 꼬박 1년이나  걸린다

다음은 아들

다음은 손자

다음은 손자의 손자, 손자의손자의손자,  손자의손자의손자의 손자

대대손손, 자손만대..(ㅅ ㅅ ㅅ ㅅ ㅅ ㅅ ㅅ ㅅ ㅅ )

산은 또 그렇게 쫒기우듯 걸어가고 있었


山  -  (卵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