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풀잎 / 정진규
난자기
2016. 12. 7. 11:40
내가 그들을 먹은 게 아니라
그들이 나를 먹었다
기쁘다!
먹힐 수 있음의 기쁨을 아느냐
오랜만에 나는
아주 잘 먹혔다
나는 요즈음 먹힌다 이렇게
어딜 가서나 먹힌다 누구에게나
내가 참 맛있게는 되었나 보다
소여물을 썰면서
작두에 풀을 먹이면서
아버지는
풀잎이 잘 먹힌다고 하셨다
고마우신 아버지
맛있는 아버지
고마우신 풀잎!
ㅡ정진규, 풀잎ㅡ
먹히다는 말은 말이야
염색이 잘 먹힌다 칼때의 그런 의미로 읽어면 될기야
타자와 융화되어 나란 존재가 녹듯이 사라진다... 作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