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63 / 황동규

난자기 2016. 12. 13. 11:03

풀잎이여
하루살이의 얼굴을 덮어다오
그의 귀와 귀 사이를 덮어다오
그의 죄그만 입술과 입술 사이의
숨을 덮어다오
그의 삶의 느낌을 덮어다오
이 하루살이를 덮어다오

ㅡ황동규,풍장63중 ㅡ




-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억이고, 어디로 가는가 -






風葬은 시신을 바람에게 맡기는 것이다
시신의 흔적이 바람에 실려 날아가면
그 사방 십리 언저리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
독수리, 늑대, 똥파리... 그리고 이름모를 수십억의 미생물들이
죽어 있는 자의 주검을 소멸시키려 모여든다
보라!
이 엄숙한 섭리를,
죽어서도 살아 있는 것들과 아낌없이 교류되는
바람이 부르는 노래를...
죽은 자가 바라는 바는
자신의 주검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이리라


소박하다 못해 다분히 방임스런  풍장이 저 피라미드의 탐욕스럽고 과장스런 방식보다 더 숭고하다고 생각킨다

구중궁궐 깊은 규방에 유폐되어 있는 저 죽어 있는 이는
그 신속하고도 철저한 사라짐의 숭고함을 알기나 할런지...
아마도 죽어서도 피라미드의 탐욕과 화려함 속에 갇히고 싶어할 지도....

-作戇-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몰래 시간을 떨어뜨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튀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 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다오.

바람을 이불처럼 덮고
화장(化粧)도 해탈(解脫)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다오.


- 황동규 , 풍장1 -









"삶과 죽음의 길은
이에 있음에 두려워하여
'나는 간다' 말도
못 다 이르고 갔는가


어느 가을 일찍이 부는 바람에
여기 저기에 지는 나뭇잎처럼
같은 가지에 나고서도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

신라시대 월명사도 죽음을 두려워 했던가?


저 시를 보면 죽음이 한낮 애들 놀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죽은자가 무슨 요구조건이 저리도 많은지..나 원 참!!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다오"

어디 소풍 온 것도 아니고..

저 태연작약함과 자연스러움은 어디서오는 걸까?

- 白卵 -



유언은 부탁이지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된 상황에 대비하여 남은 사람에게 부탁을 하는게야
어떤 부탁이냐 하믄
영혼이 사라지고 남게 된 육신,
이제 스스로가 어쩌지 못하는 하나 남은 나라는 몸덩어리...
그 흔적을 이 세상에서 여하한 방법으로 소멸 시켜 달라는 부탁이다
그 이상의 그 어떤 것도 유언이 될 수 없다
재산분배의 명세표?
남은 자들에 대한 당부의 말?
다 부질없다
그것은 유언이 아니고 이제 곧 사라질 자가 남은 자들에게 씌우는 올가미에 다름아닐 뿐이다
-作戇-







인간의 몸을 극한까지 따개보마 세포, 단백질, 분자, 원자에 이른다. 

살아있다는 거는 나의 신체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내 몸안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어 기능할때이고 죽음이후는 해체된다.

그리고 곧 이들 원자들은 위치를 바꾸어 어디에서든 작동한다.  그래서 죽음은 나를 구성하던 원자들의 새로운 여행이다
우주의 변화는 이러한 해체와 생성의 반복이다

에너지불변의 법칙이 맞다면 내 살점하나 허투르게 없어지는거는 아니다.

다만 형태가 바꾸는것 뿐이고 영원히 살아 잇다고 봐야지. 우주에 끝임없이 관여하고 참여하고있는것이 된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주 우연히 나같은 형태로 원자들이 다시 뭉쳐진다면 다시 살겠지. 수억만년이 걸리든 수년이걸리든..

내가 태어 날때도 우연히 아주 우연히 뭉쳐진거거든 ..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뭉쳤다~~"카는 에비군노래도 거서 유래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 白卵 -





우주의 모든 만물은 움직인다
우리 몸 가장 작은 알갱이 원자들 하나까지 모두 움직인다
움직이기 때문에 중력이 생기고
자력이 생기고 전기가 발생한다
모든 것이 에너지의 파동속에 존재한다
나라는 존재는 그 파동들 속에 속한 특정한 에너지의 한 흐름이다
그러므로 나의 죽음의 의미는 특정한 에너지의 불특정화 혹은 해방이라고 볼 수 있다
해방된 에너지는 우주를 부유하다 다시 특정화 단계로 접어드는데
이것을 불교에서는 윤회라고 보는 것이고 자연과학적으로는 순환이라고 지칭한다

어려운 관념이라 대중들에게 쉽게 설명하려고
전생이 인간이엇는데 개로 환생을 한다거나 돼지로 태어난다거나
이런 설법이 되었는디
그걸 물리학적으로 접근하려면 조로케 풀이가 가능하지 않컷나 생각킨다

-作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