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목공소에서 / 마경덕
난자기
2016. 12. 20. 15:20
희고 매끄러운 널판지에
나무가 걸어온 길이 보인다
나무는
제 몸에 지도를 그려 넣고
손도장을 꾹꾹 찍어 두었다
어떤 다짐을
속 깊이 새겨 넣은 것일까
겹겹이 쟁여둔 지도에
옹이가 박혔다
생전의 꿈을 탁본해 둔 나무,
빛을 향해 달려간
뿌리의 마음이 물처럼 흐른다
퉤퉤
손바닥에 침을 뱉는 목공
완강한 칼날에
잘려지는 등고선
피에 젖은 지도 한 장
대팻날에 돌돌 말려 나온다
죽은 나무의 몸이
향기롭다
ㅡ마경덕, 목공소에서ㅡ
마른 널판지에서
걸어나오는
나무의 생,
그 등고선의 울림!
아련타
<作酌>
빛을 향해 달려간 뿌리의 꿈!
뿌리는진흙속으로 머리를 쳐박고 밑으로 밑으로
물길을 찾고ᆢ
지향하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
진정 지항하는것인가?
<白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