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참 환한 세상 / 이중기
난자기
2017. 1. 16. 11:17
파꽃 한번
오지게 둥둥둥 피어난다
거두절미하고
힘찬 사내의 거시기 같다
단돈 만원도 안 되는
원수 같은 것들이
탱탱하게 치솟는 풍경을
흘겨보던 등 굽은 늙은이
입술 묘하게 비튼다
빗장거리로 달려들어
북소리 물고 둥둥둥둥,
북소리 물고 달려가는
저, 수여리들의 환호작약에
늙은이는 왈칵,
그리움도 치살려본다
내 아직
펼칠 뜻 없는 건 아니리
시간이 마음을 압도하는
벼룻길일지라도
북소리로 팽팽하게
펼쳐 보일 수 있으리
화살되어
궁궁궁궁 달려갈 수 있으리
연꽃이 피워내는 법구경보다
참 노골적으로
욕망의 수사를 생략하며
무궁무궁 피어나는
파꽃의 절경에 젖은 늙은이
젖 한 통 오지게 빨고
웃는 아이 같은
저 늙은이의 파안!
저승꽃 만발한 서러운 절창!
세상 참 환하다
ㅡ이중기, 참 환한 세상ㅡ
※ 수여리: 꿀벌의 엄컷
환한 세상과 어두운 세상은 늘 같이 있다
선과 악, 이성과 감성, 빛과 어둠, 부와 가난, 행복과 불행도 ..
시력이 없는 박쥐에게 드러나는 세상보다
내가 보는 세상이 더 선명하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세상은
우리가 보고자 하는데로 열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