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대설주의보 / 최승호
난자기
2017. 1. 18. 10:40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 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ㅡ최승호, 대설주의보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