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봄 / 이성부
난자기
2017. 2. 15. 10:57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ㅡ이성부, 봄 ㅡ
새날, 새봄은 그렇게 온다
동토, 깊이 묻어둔 씨앗에서
움을 틔우는 봄
먼데서 이기고 돌아오는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