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돌아가는 길 / 문정희
난자기
2017. 3. 6. 11:57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 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란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 서리라
ㅡ문정희, 돌아가는 길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