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나비 /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ㅡ김기림, 바다와 나비ㅡ
돈키호테 : 아니, 저기 저, 기다란 팔뚝을 자랑하는 거인들이 안 보이나? 어떤 놈은 팔 길이가 거의 10m가 넘는 놈도 있는데.
산초 : 아닌데요, 나리. 저기 보이는 저건 거인들이 아니라 풍차인뎁쇼. 그리고 팔뚝처럼 보이는 건 풍차 날개예요.
돈키호테 : 자네는 이런 모험이라는 것을 통 모르는 모양이구먼. 저건 거인이야. 정 겁이 나면 저만치 물러나서 기도나 하라고.
그동안 나는 저놈들과 여태껏 보지 못한 맹렬한 싸움을 벌일 테니까.
꿈은 무지에서 나오는가, 망상에서 오는가?
그러한 꿈들은 꾸어질 가치가 없는가
푸른바다는 청무우 밭이고
흰나비는 그 곳에 사뿐이 내려 앉아 꿀을 빨고 싶어한다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여져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거대한 풍차는 거인이다
돈키호테는 거인을 물리치고 용맹을 떨쳐 세상을 평정하고자 한다
풍차를 향해 돌진하다 날개에 치여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간다
흰나비와 돈키호테는 꿈이 있다
꿈이란 소망이요,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다
나의 꿈은 결코 다른 사람이 대신 꾸어줄 수는 없다
무지하거나 망상적인 생각에서 꾸는 꿈이라도
나의 꿈은 나의 것이다
그 꿈을 실현하려는 행위도 그런 이유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꿈이 비난받아야 할 유일한 이유는
다른사람의 꿈을 자신의 꿈인양 위장하려는 경우이고
그섯이 자신의 가치이고 소망인 것처럼 자신을 기만하는 것이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더라도
나의 꿈은 계속 꾸어질 것이며 이루어 나갈 것이다
-백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