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쓸모 없는친구 / 김광규
난자기
2017. 3. 28. 16:36
거머리처럼 달라붙은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무슨 용건이 있어서
만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빚 갚을 돈을 빌려주지도 못하고
승진 및 전보에 도움이 되지도 못하고
아들 딸 취직을 시켜 주지도 못하고
오래 사귀어 보았자 내가
별로 쓸모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그는 오래 전에 눈치챘을 터이다
만나면 그저 반가울 뿐
서로가 별로 쓸모 없는 친구로
어느새 쉰 셋 해 우리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김광규, 쓸모 없는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