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서 봄을 기다린다 / 문형렬

난자기 2017. 3. 31. 14:54




내 몸에 절 하나 지었네

내 가슴을
절개했던 그 자리에

오래 미워하고
오래 그리워했던

저 눈보라 속에
저 우주 속에
절 하나 지었네

한없이 눈이 멀어서
홍수처럼

약속처럼

내 운명을
절개했던 그 자리에

봄날처럼 당신을 기다리는
절 하나 지었네

망설춘사望雪春寺

ㅡ문형렬, 눈 속에서
봄을 기다린다ㅡ



절이 지어질 자리는 내 몸이다

그것도 내 가슴을 절개한 그 자리다


미워하고 그리워하고

희노애락하고

그것이 인생이지 않았던가?

그런 운명까지 베어버리고 지어진 절

그곳에서

누구를 기다려야 할까?

그것은

또 다른 운명의 시작인가?


- 백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