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후기 / 복효근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듬들이
타다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품었던 분수같은 열정이
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_ 목련후기 복효근
누구나 지나간 과거의 일들이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삶의 여정을 지나온 길들은 저마다 굴곡이 지고 덜컹거리게 마련이다
따스한 봄 햇살에 꽃망울이 터지듯 기쁨과 환희의 순간들이 있는가 하면
지는 꽃잎이 시커먼 아스팔트 위에서 짓밟혀 나뒹구는 슬픔과 괴로움으로 사무친 날들도 많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라도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기억되어 갑자기 환상처럼 떠오르는 것은
좋은기억보다 나쁜기억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 일들을 후회하고 되돌리고 싶어도 그럴수 없다
그냥 안고 살아가야 할 수 밖에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듬들이
타다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없었으면 더 좋았을 기억들도, 미친사랑의 증거도
내가 넘어 다니던 언덕이다
시인은 그 언덕을 사랑했으므로, 사랑해 버렸으므로 상처가 남았어도
낫고 싶지 않고 오히려 열흘만 더 앓고 싶어한다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이는
아름답지 않는 나에게, 아픈 나에게
순교를 바라지 않고 두려워 하지 않고
손 내미는 나가 아닐까 한다
- 백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