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히말라야의 독수리들 / 최동호
난자기
2017. 4. 13. 10:48
설산에 사는 히말라야 독수리들은
먹이를 찢는 부리가 약해지면
설산의 높은 절벽에 머리를 부딪쳐
낡은 부리를 부숴버리고
다시 솟구쳐 오르는 생명의 힘을 얻는다
백지의 눈보라를 뚫고 나아가지 못하는 지상의 언어가
펜촉 끝 절벽에 걸렸을 때
낡은 부리를 떨쳐버리고
설산의 절벽을 타고 오르는
히말라야 독수리 두개골이 눈앞에 떠오른다
ㅡ최동호, 히말라야의 독수리들ㅡ
문득,
고흐의 글귀가...
텅 빈 캔버스가 사람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모를 것이다. (...)
반면에
텅빈 캔버스는
"넌 할 수 없어"라는 마법을 깨부수는
열정적이고 진지한 화가를 두려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