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엉덩이의 힘 / 박승류
난자기
2017. 5. 11. 11:45
풍삼이 아재는 똥장군을 지고 가다 넘어져 똥을 뒤집어쓴 채 허리를 다쳤다.
그 후 아재는 지게를 지고 다니지 못했고 마을 사람들은 허릿심이 없어서 그렇다고들 했다.
밤일도 온전히 못 할 거라 수군댔지만 어린 우리는 된장통에 빠진 똥통이라 놀렸다.
된장통 보다 못한 똥,
통이 되어버린 아재는 눈을 끔뻑거리며 웃음으로만 대꾸했다
그 무렵 영숙이 어머니가 읍내 장에 오갈 때 엉덩이를 유난히 흔들며 다닌다고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었다.
영숙이 아버지 죽은 지 여러 해 흐른 뒤였다.
수군거림 속에서도 그녀의 엉덩이는 나날이 더욱 신들린 듯 흔들렸고
어떤 남정네가 그 엉덩이에 강아지 꼬리처럼 따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자 배달 보따리보다 더 요동치는 읍내 학 다방 김양의 엉덩이가 자꾸만 내 눈을 흔들었다.
그즈음. 아재가 지게를 허리로 지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밑에서 받치는 엉덩이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등학교 들어갈 무렵까지도 아재의 허리는 여전히 묶인 바짓가랑이였고 아재의 젊은 색시는 끈 풀린 고쟁이로 날아가고 말았다
풍삼이 아재와 영숙이 어머니 그리고 학 다방 김양도
된장의 밑거름이 되는 똥의 힘을,
바닥에 깔리는 경우가 다반사인 엉덩이의 힘을,
죽은 듯 바닥에 엎드린 아랫 것들의 힘을,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박승류, 엉덩이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