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시구 / 성찬경

난자기 2017. 5. 16. 11:19

가난한 가슴에 무한한 빛이 되는 한 줄의 시구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바치겠다

열 번이라도 바치겠다
허나 그것은 터무니없는 바람이다
평생을 두고 씻어도 못다 씻을

부정으로 이미 얼룩진 나의 목숨 따위 백이 쌓여도
가난한 가슴에 무한한 빛이 되는 글자 한 획
얻을 수 있을까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도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그만이라고 한 공자의 말씀엔 가슴이 설레인다
나는 도가 아니라 한 줄의 시구에 목숨을 거는 것이
그나마 내 분수에 맞는 꿈이란 것을 안다
그 꿈을 위해서라면
천사의 도움이건
악마의 채찍이건
가리지를 않겠다
영원한 그 무엇이 쏙 뽑혀 결정되어
가난한 가슴에 무한한 빛이 되는
한 줄의 시구를 위해서라면,
한숨과 뼛 속의 오뇌는 고사하고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바치겠다

ㅡ성찬경, 한 줄의 시구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