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동행 / 이상남
난자기
2017. 7. 6. 21:24
기러기가 난다
바람에 맞서려고
시옷 자 편대로 난다
우리들은
무엇에 맞서기 위해
시옷 자처럼
피라미드처럼
날지는 못하고, 기어오르나
기러기처럼 누군가의
앞에 서서
아픔에 맞서지 못한 채
뒤에 서서
고통을 맞서지는 못한 채
뒤에 서서
고통을 나눌 다음 차례를
기다리지도 않은 채
무작정 기어오르기만 하나
기러기처럼 가끔은
내 삶을 벗어나
누군가의 뒤처진 시간을 위해
함께 기다려 주고
함께 고통을 나누다
다시 삶으로 돌아올 수는 없는 걸까
맑은 하늘
기러기 시옷 자로 난다
-이상남,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