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밤기차 / 김사인
난자기
2017. 10. 16. 13:53
모두
고개를
옆으로 떨구고
잠들어 있다
턱밑에 하나씩
그늘을 달고
묵묵히 건들거린다
헤친 앞섶 사이로
런닝 목이 풀 죽은
배춧잎 같다
조심히 통로를 지나
승무원 사내는
보는 이 없는 객실에 대고
꾸벅 절하고 간다
가끔은 이런 식의
영원도 있나 몰라
다만
흘러가는
길고 긴 여행
기차
혼자
깨어서 간다
얼비치는 불빛들
옆구리에 매달고
낙타처럼
무화과 피는
먼 곳 어디
누군가 하나는
깨어 있을까
가다리고 있을까
이 늙은 기차
ㅡ김사인, 밤기차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