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지긋지긋이 지극하다 / 강연호
난자기
2017. 11. 16. 13:31
지긋지긋한게 어디 세끼
밥 먹는 일뿐이랴
다들 별고 없다는 안부조차
지긋지긋해질 때
세상은 어디 국경이라도
넘어보라는 듯
고요하다, 쓸 만한 사람은
죄다 넘어갔다던 시절이 있었지
쓸 만해서
그들이 넘어간 게 아니라
넘어가서 쓸 만해진 것 아닐까
지긋지긋하다는 것은
간절하다는 것
깊은 고요는
못 이룬 열망을 감추고 있다
세월은 여전히 고봉밥처럼
지긋지긋을 퍼 담겠지만
비손은 부질없어야
더욱 빛나는 법이다
간절한 비손이 허드렛물을
정화수로 바꾸듯이
지긋지긋이 모여
삶은 지극해진다
모월모일 어디 국경이라도
넘어보라는 고요 속
삼가 지긋지긋한 밥심으로 쓴다
지긋지긋이 지극하다
ㅡ강연호, 지긋지긋이 지극하다ㅡ
지긋하게
지극한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