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겨울의 끝 / 오세영
난자기
2017. 11. 28. 10:54
매운 고춧가루와 쓰린 소금과
달콤한 생강즙에 버물려
김장독에 갈무리된 순하디 순한
한국의 토종 배추
양념도 양념이지만
적당히 묵혀야 제 맛이 든다
맵지만도 않고 짜지만도 않고
쓰고 매운 맛을, 달고 신 맛을
한가지로 어우르는 그 진 맛
이제 한 60년 되었으니
제 맛이 들었을까,
사계절이라 하지만
세상이란 본디 언제나 추운 겨울
인생은 땅에 묻힌
김칫독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인가
그 분이 독을 여는
그 때를 위해 잘 익어 있어야 할
그 김치
ㅡ오세영, 겨울의 끝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