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풍찬노숙 / 장철문
난자기
2017. 12. 20. 15:57
열무 솎듯 쑥쑥 뽑아서
박스에 던졌다
박스를 들어 문밖에 냈다
서너 박스는 재활용 쓰레기로 내고
너덧 박스는 주위에 돌리고
서너 박스는 동네 도서관 사서에게 맡겼다
정신의 한 모서리가
해빙에 어긋난 축대처럼 헐거워졌다
어젯밤
참 편안하게 잤다
잠자리에 누워서
웃풍이 숭숭 드는
정신의 남루를 바라보았다
미련의 골재들이 뽑혀나간 집이
숭숭 넓어서
오늘 아침,
이사 나가기가 아깝다
흥부네 까대기에
누워서 보는 일출의 아침이다
ㅡ장철문, 풍찬노숙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