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림 / 송민규

난자기 2018. 1. 2. 18:53

진눈깨비가 왔다
물방울이 고드름을 타고 내려왔다
물방울은 하늘에서 태어났으니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오르는 것이다
물방울은 고드름을 기어올랐다
고드름 꼭대기에서 물방울이 떤다
내 모습을 가둔 채로
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은
하늘로 떠오르는 일일까
물방울들이 터지는 소리

영혼이 문을 두드리듯이

ㅡ송민규, 두드림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