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 박남준

난자기 2018. 2. 20. 12:46

싸락눈 싸락눈
쌀밥 같은 흰 싸락눈
깊은 그믐밤
화롯불에 둘러앉아
군밤을 까먹던 그 새까맣던 밤
선잠을 깨어 옛날에 젖는다
한세월 새하얗게
잊었던 일들이 오는가
오기는 오는가
밤거미처럼 내려와서 아른댄다

산다는 일이라니
이렇게 살아 있는 일이라니

ㅡ박남준, 겨울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