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람의 옹이위에 발 하나를 잃어버린 나비 한마리로 앉아 / 김선우
난자기
2018. 3. 22. 10:36
봄꽃 그늘 아래
가늘게 눈 뜨고 있으면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좋아
먼지처럼 가볍고
물방울처럼 애틋해
비로소
몸이 영혼 같아
내 목소리가 엷어져가
이렇게 가벼운
필체를 남기고
문득 사라지는 것이니
참 좋은 날이야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참 근사한 날이야
인간이
하찮게 느껴져서
ㅡ김선우, 바람의 옹이 위에 발 하나를 잃어버린 나비 한 마리로 앉아ㅡ
가볍고, 엷고,
하찮은...나!
어디든 날아 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