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국화빵 만드는 여자 / 임곤택
난자기
2018. 4. 3. 13:19
꽃을 꺾고
잎을 따는
시늉의 손짓
스스로 숯을 삼키고
벙어리가 된 자객처럼
여자는
국화 무늬를 새긴다
올겨울에는
전대미문의 추위가
닥칠 거라고,
누군가
신문보도를 인용하고
여자는
역수를 건너
환생한 자객
가을 깊어도
이번 세상과는
아무 관계도 나누지 않는
반듯하게 잘린 시체 위에
몇 송이 국화꽃을 던지듯
봉지가 채워지고
짧은 목례가
마지막으로 교환된다
ㅡ임곤택,
국화빵 만드는 여자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