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씨 옥수수 / 마경덕
난자기
2018. 6. 14. 18:12
처마 끝에 매달린
마른 옥수수
봄볕에
슬몃슬몃 눈을 뜬다
질끈 머리를 틀어 올리고
알몸으로 겨울을 버틴 씨옥수수
따순 바람에 발이 가렵다
알알이 쟁여둔 욕망들
웃자란 몸 속의 뿌리들
우르르 봄을 향해
발을 뻗는다
출발을 알리는
신호를 기다린다
딱딱한 알갱이 속,
저 푸른 불씨들
들판에 확, 불이 붙겠다
ㅡ마경덕, 씨 옥수수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