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그네 / 박남철
난자기
2018. 7. 15. 13:33
내가 지나갈 때에는
안개만 냅다 깔린다
내가 지나갈 때에는
바람이 불어오다가
허허 지나갈 때에는
구름이 덮여 오고
구름이 덮여 오고
번개가 드립다 터지면서
으흐 지나갈 때에는
슬픔이
비처럼 내린다
비야 비야 오지 마라
나는 그래도
주인공인데......
내 지나는 곳에는
고독만이 깔려 있고
내 지나는 곳에는
후회만이 몰아치고
씨양 지나는 곳에는
분노만이 뒤덮인다
분노가 뒤덮이고
오기가 뻥 터지면서
끄으윽 지나는 곳에는
술이
비처럼 내린다
비야 비야 오지마라
이 내가 젖으면
비극이 되잖아
우후 내가
지나갈 때에는
약속과 외상만 깔린다
ㅡ박남철, 나그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