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심해에 내리는 눈 / 이수정
난자기
2018. 7. 26. 12:11
바다엔,
한 생애를
지느러미에 맡기고
살던 것들이
수평선 너머로 가고 싶은 마음인 채로 죽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다 하는데,
흩어진 사체가 고운 눈처럼 내린다고 하는데,
구만 리 날고 싶은
눈 먼 가오리
햇빛이 닿지 않는
바다 밑에 엎드려
수평선 너머로
가고 싶던 마음들을
펼친 날개에
고이 받고 있다 하는데
ㅡ이수정, 심해에 내리는 눈ㅡ